부모님이 위급한 상황으로 병원을 오가는 일을 겪고 나니,
막상 그런 순간이 닥치면 가족이 결정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는 눈앞의 상황을 감당하기도 벅찼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건강할 때 자신의 뜻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가족을 위한 준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알아두면 좋은 제도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신청 과정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 병원이나 가서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혼자 작성한다고 효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어디서 작성하는지, 비용은 드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부터
실제 효력이 생기는 시점까지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1.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앞으로 자신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중단 등에 관한 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자신의 의향을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제도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본인이 직접 작성한 뒤,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되어야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습니다.
2.신청 자격은?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본인의 의사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의향서를 자녀가 대신 작성하거나
배우자가 대신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의사를 확인한 뒤 작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히려 건강하고 의사표현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때
미리 생각해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
3.어디에서 신청할까?
가까운 병원이나 주민센터에 무조건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야 합니다.
등록기관에는 보건소 등 지역보건기관, 의료기관, 공공기관,
지정된 비영리법인·단체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내 주변 등록기관을 검색하는 것입니다.
등록기관마다 상담실 운영시간이나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 전에 전화로 상담 가능 시간이나 예약 필요 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4.비용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지정 등록기관에서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은
무료이며, 작성비용을 요구한다면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정 여부를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도의 신청비나 등록비를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5.방문할 때 준비할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입니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법적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준비하면 됩니다.
그리고 가족이 대신 가서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작성하려는 본인이 직접 등록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 절차
등록기관 찾기 → 방문 전 운영시간 확인 → 신분증 지참 → 본인 방문
→ 상담 및 설명 → 본인 의사로 작성 → 전산 등록
서면으로 작성할 수도 있고 등록기관에서 태블릿을 이용해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5.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을까?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처음 작성하는 과정은
인터넷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끝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본인이 직접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작성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인터넷에서 서식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해서 집에서 작성한
종이만 보관하면 법적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이미 정상적으로 작성·등록된 자신의 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정보포털에서
본인 인증 후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6.작성할 때 무엇을 결정하게 될까?
등록기관으로부터 연명의료의 시행방법과 연명의료중단 등에 관한 사항,
호스피스 선택과 이용, 의향서의 효력과 상실, 등록과 보관,
변경·철회 등에 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 뒤 작성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명의료에는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비롯해
법에서 정한 의료행위가 포함됩니다.
7.작성하면 나중에 모든 치료를 중단하는 걸까?
아닙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질병이 생겼을 때
일반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제 연명의료 유보·중단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의사 확인 등을 거쳐 이행됩니다.
그러니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지금 당장 치료를 거부하는 서류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뜻을 남겨두는 문서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8.마음이 바뀌면 취소할 수 있을까?
가능합니다.
한번 작성했다고 평생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은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으며, 처음 작성했던 곳으로
반드시 다시 갈 필요도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다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도
변경·철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정보포털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온라인으로 철회를 신청하는 방법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9.등록증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할까?
의향서를 작성하면 등록증이나 등록카드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등록카드가 있어야 의향서가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작성된 의향서가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며, 등록증 발급 여부와 효력은 별개입니다.
의료기관에서는 필요한 경우
시스템을 통해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6월부터는 모바일 등록증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정보포털의
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조회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가족에게도 알려두는 것이 좋을까?
의향서가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이
종이 서류를 반드시 보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작성했다는 사실과 내가 어떤 생각으로 작성했는지는
가족에게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위급했던 상황을 겪어보니
가족 입장에서는 의료적인 판단뿐 아니라 갑자기 결정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생기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서류 하나를 작성하는 것만큼 평소 가족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두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본인이 가족에게 의향서 기록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
작성할 때 가족의 열람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가족이 기록 열람을 요청하더라도 거부될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는 다릅니다
이 두 가지는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뜻을 미리 작성하는 것입니다.
면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의료상황에서 담당의사와
함께 작성하는 별도의 문서입니다.
따라서 건강할 때 미리 자신의 의사를 남겨두려고 검색하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알아봐야 할 것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뒤 나중에 연명의료계획서를
다시 작성하면 기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그 이후 효력을 잃습니다.
▶ 작성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가까운 등록기관 검색 →
해당 기관에 전화해 운영시간 확인 →
신분증을 가지고 본인이 직접 방문 →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 → 등록 여부 확인.
작성비용은 무료입니다.
2026년 8월 24일 현재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가 351만 명을 넘어섰고,
전국 등록기관도 817곳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표현 때문에
처음에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병원생활을 경험하고 나니 저는
이 제도를 죽음을 준비하는 서류라기보다,
내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 내 의료에 관한 뜻을
미리 정해두는 방법으로 보는 편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족이 대신 결정해야 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혼란을 줄이고 싶다면,
건강할 때 한 번쯤 가족과 이야기해보고
본인의 뜻을 정리해볼 만한 제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