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살다가
1년 전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살아생전 다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나도 이러다가는 나이 들어 고생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그렇게 걷기 시작하고 나니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공원에서 가끔 아주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뛰는 것 같기도 하고 걷는 것 같기도 한 속도였는데,
처음에는 그게 슬로우 조깅인지도 몰랐습니다.
‘어? 저 정도라면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걷는 것보다는 조금 더 운동이 될 것 같고, 유산소 운동이나
심폐기능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빠르게 뛰는 건 부담스럽고, 저 정도 속도로 살짝 뛰었다가
걷는 정도라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그 운동이 슬로우 조깅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은 공원을 걸을 때 예전보다
슬로우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생각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실제로 걷기와 무엇이 다른지 알아봤어요.
걷기보다 유산소 운동 효과가 정말 더 큰지,
심폐기능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무엇보다 저처럼 뛰는 운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시작해도 괜찮은지가 궁금했습니다.
알아보니 한 가지는 먼저 분명했습니다.
슬로우 조깅은 단순히 ‘걷기보다 좋은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걷기와 장점이 다르고, 시작할 때 따져봐야 할 부분도 달랐습니다.

1. 슬로우 조깅과 걷기는 무엇이 다를까?
슬로우 조깅은 말 그대로 아주 천천히 달리는 운동입니다.
겉으로 보면 빠르게 걷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걷기와 달리기는 움직이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걷기는 움직이는 동안 적어도 한쪽 발이 땅에 닿아 있습니다.
달리기는 두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비슷한 속도로 움직여도 몸에 주는 자극은 같지 않습니다.
슬로우 조깅을 연구한 고령자 대상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걷는 정도의 속도로 1분간 슬로우 조깅을 하고
1분간 걷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운동이라기보다
걷기 사이에 짧은 달리기를 넣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운동 강도를 조금 높이는 데 있습니다.
2. 운동 효과는 슬로우 조깅이 더 좋을까?
여기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평균 나이 약 71세인 8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12주 동안 1분 슬로우 조깅 + 1분 걷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슬로우 조깅 프로그램을 한 그룹은 대조군보다
유산소 능력과 앉았다 일어서기 수행능력 등이 개선됐습니다.
즉, 나이가 있다고 해서 슬로우 조깅 자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동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렇다면 걷기와 직접 비교하면 어떨까요?
2025년에는 7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슬로우 조깅과 걷기를
24주간 직접 비교한 국내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슬로우 조깅 그룹에서는 운동 전과 비교해
일부 신체조성 지표 등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슬로우 조깅과 걷기 두 그룹을 비교했을 때는
신체조성과 골밀도 변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 연구만 놓고 보면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슬로우 조깅은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걷기보다 모든 운동 효과가 우수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걷기와 슬로우 조깅 한눈에 비교
| 비교 | 걷기 | 슬로우 조깅 |
|---|---|---|
| 시작하기 | 쉬운 편 | 약간의 적응 필요 |
| 운동 강도 | 속도에 따라 조절 | 걷기보다 높일 수 있음 |
| 운동 초보자 | 시작하기 좋음 | 걷기에 적응한 뒤 고려 |
| 유산소 운동 | 가능 | 가능 |
| 고령자 연구 | 연구가 많음 | 고령자 대상 연구 있음 |
| 관절 부담 | 상대적으로 시작하기 쉬움 | 달리기 동작의 특성을 고려해야 함 |
| 시작 방식 | 시간과 속도를 서서히 늘림 | 짧은 조깅과 걷기를 번갈아 시작 |
걷기를 잘하고 있다면 굳이 그만둘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걷기가 익숙해져 운동 강도를 조금 높이고 싶다면
슬로우 조깅을 다음 단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무릎과 관절
저 역시 이 부분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천천히 뛰는 것은 괜찮을까?’
슬로우 조깅이라는 이름 때문에 걷기와
비슷하게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뛴다고 해서 걷기와 관절 부담이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는 착지 방식부터 다릅니다.
달리기에는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착지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슬로우’라는 말만 보고
관절에 부담이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 달리기를 모두 피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는 평균 약 71세의 참가자들도
12주 동안 슬로우 조깅 프로그램을 수행했습니다.
결국 나이보다 현재 몸 상태가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바로 뛰기보다 먼저 몸 상태를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 걸을 때도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
- 최근 다리나 관절을 다쳤다.
-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 심혈관질환 등으로 운동 강도 조절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관절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슬로우 조깅을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천천히 뛴다는 이유만으로 누구에게나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4. 걷기와 슬로우 조깅, 나는 어떤 쪽이 맞을까?
운동을 이제 시작했다면 → 걷기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걷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걷는 시간과 속도를 조금씩 늘려도 운동 강도는 충분히 달라집니다.
걷기가 익숙하고 조금 더 운동하고 싶다면 → 슬로우 조깅 고려
걷고 나서도 여유가 있고 조금 더 심폐 자극을 원한다면
슬로우 조깅을 섞어볼 수 있습니다.
걷기를 완전히 그만두고 조깅으로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걷기 사이에 짧게 슬로우 조깅을 넣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걷는데도 통증이 있다면 → 강도를 높이지 않기
걸을 때 이미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면 조깅으로 넘어갈 단계는 아닙니다.
통증을 참고 운동량부터 늘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걷기만 해도 숨이 찬다면 → 걷기를 유지
운동 강도는 속도 이름으로만 정해지지 않습니다.
같은 걷기라도 체력에 따라 충분한 유산소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걷기가 너무 쉬워졌을 때 슬로우 조깅을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슬로우 조깅을 해야 운동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5. 슬로우 조깅,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20분, 30분씩 계속 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참고할 만한 방법은 앞서 소개한 고령자 연구에 있습니다.
1분 뛰고 1분 걷기
연구에서 사용한 기본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1분 슬로우 조깅 → 1분 걷기 → 반복
슬로우 조깅 그룹은 일주일에 총 90분의 슬로우 조깅과 90분의 걷기를
간헐적으로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 프로그램과 개인 운동 처방은 다릅니다.
처음이라면 오히려 순서를 단순하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 먼저 걷습니다.
- 몸이 풀리면 짧게 천천히 뛰어봅니다.
- 다시 걷습니다.
-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 익숙해진 뒤 조깅 구간을 조금씩 늘립니다.
처음부터 오래 뛰는 것보다 걷기와 짧은 조깅을
번갈아 하는 방법이 접근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속도 경쟁은 필요 없습니다.
옆 사람이 걷는데 내가 아주 천천히 뛰고 있어도 괜찮습니다.
슬로우 조깅의 목적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운동 자극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6. 유산소 운동은 왜 나이가 들수록 중요할까?
제가 슬로우 조깅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이것이었습니다.
걷기보다 조금 더 유산소 운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 아닙니다.
CDC는 고령자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심장질환, 뇌졸중,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추고
신체기능과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숨이 찰 정도로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빠르게 걷기도 유산소 운동입니다.
CDC는 65세 이상에게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활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활동, 혹은 두 가지를 섞어 하도록 권고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걷느냐 뛰느냐보다
내 체력에 맞는 강도로 꾸준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7. 걷기와 슬로우 조깅만으로 운동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유산소 운동만 챙겨서는 부족합니다.
CDC는 65세 이상에게 유산소 활동과
함께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운동을 주 2일 이상 하고,
균형 활동도 함께 하도록 권고합니다.
WHO 역시 고령자의 신체 기능 유지와 낙상 예방을 위해
유산소 활동뿐 아니라 근력과 균형을 포함한
복합적인 신체활동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걷기나 슬로우 조깅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 다음 단계는
단순히 더 오래 걷거나 더 빨리 뛰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체 근력과 균형 운동도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8. 결국 걷기를 계속할까, 슬로우 조깅을 해볼까?
조사하기 전에는 저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걷기보다 슬로우 조깅이 유산소 운동 효과가 더 크다면 바꿔볼까 싶었지요.
그런데 알아보고 나니 둘 중 하나만 고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걷기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걷기가 충분히 익숙하고 조금 더 운동 자극을 원한다면
짧은 슬로우 조깅을 섞어볼 수 있습니다.
관절 통증이나 다른 건강 문제가 있다면
운동 강도를 올리는 것보다 현재 몸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제가 시작한다면 처음부터 계속 뛰지는 않을 것 같아요.
걷다가 1분 정도 천천히 뛰고 다시 걷는 방식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해보고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도 살펴봐야겠지요.
결국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 좋은 운동이니까요.
참고 자료
KCI — 70세 이상 여성 대상 슬로우 조깅과 걷기 24주 비교 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65세 이상 신체활동 가이드
